주식투자의 분석
기업을 분석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
기업에는 성질(quality)과 규모(quantity)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예를 들어, 규모가 큰 대기업은 기본적으로 분석의 안정성이 높다. 대기업은 내부 감시자가 많아서 부정직한 재무제표를 만들 수도 없고, 경영자의 모든 판단이 노출되어 즉흥적이고 위험한 결정을 내릴 수도 없다. 반면 기업의 규모가 작으면 내부 의사결정이 독선적이거나 배타적일 가능성이 크고 외부 감시자의 눈길이 닿지 않는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도 작은 기업에는 관심이 없으므로 그만큼 제공되는 자료가 안정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두번째는 질의 문제다. 큰 기업이라고 무조건 높은 평가를 내린다면 이미 가격에는 규모에 대한 할증이 되어 있을 것이다. 시가총액에서 안정성에 대한 거품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가 평가할 수 있는 재무제표상의 계량적 지표는 양적 지표이고 그것은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분석가는 오히려 자신의 안목과 직관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지점에 시선을 고정해야 한다. 이를테면 자기자본이익률, 이익 성장세, 배당수익률, 배당 성향, 현금흐름, 자산과 부채의 변동, 영업의 독점력, 지속성, 경영지표 등을 감안하여 가중치를 두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진입장벽이 낮은 기업들을 할인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기업들은 할증해야 한다.
또한 신기술은 초기에 뛰어난 주목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경쟁기업의 진입을 쉽게 허용하는 요인이 된다. 블루오션이 금세 레드오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과다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업종을 반드시 가려야 한다.
하지만 내재가치 투자자들이 중시해야 할 것은 실적의 안정성이다. 실적 추세가 좋아졌다면 그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모멘텀투자와 가치투자
일반 투자자들이 재무제표를 꿰고, 기업의 실적을 전망하고, 미래가치를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 점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가치와 실적에 주목하라는 말은 그냥 간접투자를 하라는 말에 다름 아니고, 실제로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아무리 많이 노력하고 연구를 한다 해도 수백 명의 기업 분석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는 금융회사를 이길 수는 없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이 금융회사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 강점은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 투자자들은 자신의 펀드에 돈이 들어오는 한 무엇인가를 사야 하는, 즉 항상 경기에 참여해야 하는 선수다. 반면 일반 투자자들은 그보다 능력은 떨어지지만 자신의 전공 종목이 아니면 나서지 않을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진퇴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에는 가끔 한 번씩 등장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들은 주식시장에 자주 보이진 않지만 한번씩 시장에 나타나서 주식을 매수하고, 큰 이익을 내고는 빠져나간다. 그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때가 아니면 시장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들의 기준은 다양하다. 너나없이 시장에 뛰어들어 연일 시장 폭등과 같은 뉴스가 쏟아지면 잠시 들어와서 한번 크게 투자하고 빠지는 사람, 평생 한 종목만 바라보다가 그 종목이 역사적 저점에 오면 사고 고점에 오면 파는 사람 등, 사람마다 투자 속성은 다양하다. 그리고 그들은 이익을 낸다. 왜냐하면 일반 투자자의 유리한 점을 백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개인 투자자들은 이런 식으로 투자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자산은 적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을 몇 년씩 그냥 던져두어야 하는데 그 돈이 당장 필요할 일이 없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투자법은 모멘텀투자다.
그렇다면 모멘텀투자의 근거는 무엇일까? 지극히 단순하다. 시장이 내달리고 주도주가 서슴없이 치고 나갈 때 그냥 주도주에 가세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실행하지 못한다. 주도주란 말은 달리 보면 이미 올라버린 주식을 가리킨다. 그것도 다른 주식에 비해 제일 먼저, 가장 많이 오른 주식이다. 따라서 실제 투자에서 주도주를 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일반 투자자들이 모멘텀투자를 할 때 가장 효율적인 수단임은 분명하다.
추세, 즉 모멘텀에 의지한 투자일수록 더욱 대형 우량 주로 압축하고, 기업 분석의 측면에서 가치를 분석할 때는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은 감추어진 보석을 찾아야 한다. 가치투자는 기업을 분석하고 저평가주를 골라서 장기투자한 후 언젠가는 적정가치를 인정받을 것을 전제로 하는데, 가치 투자자들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많아지면 투자의 매력이 감소한다. 결국 가치 투자자들은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고 공개된 자료가 적으며 소외된 주식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모멘텀투자의 경우에는 어떤 주식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며 모두가 그 주식이 조정받기만을 안타깝게 기다린다. 저마다 저가 매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 대형 우량주를 찾아야 한다. 주도주의 저가 매수 기회가 쉽게 온다면 그때는 오히려 해당 주식의 추세가 전환되었을 공산이 크다. 조정받을 때는 손을 대기 어렵게 쑥 빠져버리고 반등할 때는 매일같이 올라버린다. 우리가 기다리는 ‘눌림목’은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기 때문에 눌림목을 기다리며 매일 매수·매도 주문을 내놓고 기다리면 당신의 계좌는 곧 텅 비어버릴 것이다.
모멘텀투자를 하려면 대형 우량주를 강한 시세에서 사야 하고, 가치투자의 경우에는 소외된 중소형 종목을 약한 시세에서 사야 한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들은 그것을 거꾸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모멘텀투자는 언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미 수많은 기술적 분석가들이 이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사실 모멘텀이 발생한 주식의 경우에는 그것이 설령 가치 투자자가 선점한 주식이라 하더라도 시세가 분출하기 시작하면 모멘텀 투자자의 눈에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시세가 가속도를 가진다고 해서 모두 적정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때로는 엄청난 거품이나 집중 매집자의 개입이 있을 수도 있고, 때로는 이룰 수 없는 환상이 가격을 밀어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멘텀투자에 나선 사람들은 일단 호재성 뉴스나 일과성 재료에 둔감해야 한다. 가치 투자자들은 그런 뉴스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지만, 모멘텀 투자자들은 오히려 그런 뉴스가 발생한 기업을 기피해야 한다.
기술적 분석의 맹점
주가는 전망이 아니다. 전망은 오로지 통찰에 의한 것이고, 모든 투자는 상황에 대응하는 것일 뿐이다. 기술적 분석이든 아니든 전망이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전망을 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술적 분석에 국한하여 생각한다면 기술적 분석을 보조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전부로 여기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다.
주가의 바닥은 음봉이 점점 길어져 마지막에 길게 푹 떨어질 때다. 반면 상승하는 종목은 양봉이 점점 작아지며 그 폭이 아주 좁아지면 그때가 천장이다. 주가 형성 과정에서 패턴이나 추세 못지않게 심리적 영향도 굉장히 크지만, 심리적 영향은 체계화·계량화할 수 없다. 따라서 봉과 봉 사이 거래량, 각종 차트의 지표 속에서 특정한 요소들을 스스로 읽어내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결국 기술적 분석의 맹점은 지나고 나면 무수한 변형과 눈속임으로 자신을 괴롭힌다는 점이다.
기술적 분석에서 이러한 맹점을 피하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술적 분석에서 공부한 것을 갖고 차트의 사례를 보면 너무나 잘 들어맞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실전에서 돈을 잃고 나서야 기술적 분석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얘기한다.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봉 모양이든 어떤 보조지표든 추세선 채널이든, 이 하나하나는 시장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가 자신의 모든 주식투자 노하우를 담아 만들어낸 것이다. 당시에 어떤 이가 평생에 걸쳐 만들어낸 것을 과연 한 권의 책에서 단 몇 시간이나 몇 달 만에 전부 이해할 수 있을까? 이미 세상이 다 아는 것을 가지고 주가를 예측한다는 것은, 결국 바보처럼 이용당하겠다는 것이다.
기술적 분석과 가치 분석 무엇이 다른가
기술적 분석가들이 빠지는 합리의 함정
합리의 함정이란, 기관 투자가나 펀드 운영자가 우량주나 미래수익률이 좋은 종목, 안정적인 종목 매수로 자금을 운영한 경우에는 설령 그 종목들이 하락한다 하더라도 명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분명 편입 당시에는 재무 구조가 탄탄하고 주가수익도 좋아 매수 근거가 명확했을 종목들이기 때문이다.
성장주를 따라 샀다가 주가가 폭락하면 무능한 사람으로 몰릴 수 있다. 따라서 기관 투자가들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합리의 함정에 빠져 있기 쉽다. 기관 투자가들이 주로 선호하는 가치 분석도 분명히 개념상 맞지만, 주가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는 몰락하는 모습과 성장하는 모습이 다를 뿐이고 이것들이 움직이는 에너지가 다를 뿐이다. 주가라는 것은 항상 같은 파동으로 수렴한다는 관점에서 중도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결국 현명한 투자자가 되는 길이다.
주가지수의 활용
이제 주식시장에서 사용하는 ‘지수’의 개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왜 이렇게 복잡한 지수들을 굳이 만들어 내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첫째, 주가지수는 앞서 설명한 대로 현재 주식시장의 위치를 가늠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둘째, KOSPI200과 같은 지수는 선물·옵션 거래를 가능하게 하여 인덱스펀드 등이 설정될 수 있게 한다. 셋째, ETF와 같은 새로운 금융상품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ETF와 같은 상품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것은 파생상품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실물도 아니다. ETF는 종합주가지수나 KOSPI200지수가 없어도 존재할 수 있다. ETF라는 상품은 문자 그대로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다. ETF라는 개념은 대상 주식에 따라 주가지수를 만들고 그것을 거래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좀 쉽게 풀어보자. 인덱스펀드는 이미 설명한 대로 KOSPI200지수와 비슷한 펀드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그 중에서 평균이 될 만한 주식 그룹 들을 골라서 투자한다고 했다. 펀드매니저가 개입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KOSPI200을 대상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는 정확히 KOSPI200을 구성하는 종목을 비중대로 편입하여 펀드를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ETF라는 증권을 발행한다. 그래서 ETF는 인덱스펀드와 성격은 유사하지만 수익률은 정확하게 KOSPI200의 등락률과 같다. 즉 펀드매니저가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이것을 KOSPI200 ETF라고 한다. 이 경우 수수료는 인덱스펀드보다도 현저히 싸다. 그러므로 인덱스펀드에 가입하기보다는 KOSPI200 ETF를 사는 것이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
더구나 ETF는 인덱스펀드처럼 KOSPI200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앞서 소개한 모든 지수들을 대상으로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섹터지수인 KRX Banks지수를 산다고 가정하면 이것은 국민은행,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외환은행, 기업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을 골고루 산 것과 같다. 은행 업종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은행이 나아질지 모르겠다면 편안하게 이 지수를 사면 된다. 전체 주식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업종이 나아질지 잘 모르겠다면 KOSPI200을 대상으로 한 ETF를 사면 될 것이다. 또 업종에 관계없이 대형주가 나을 것으로 생각되면 대형주 지수를 기준으로 한 ETF를 고르면 된다.
ETF는 말 그대로 상장지수 ‘펀드’다. 이 말은 기준이 되는 지수 들은 거래소가 제공하지만, ETF는 그것을 만들어서 파는 증권사가 그 지수와 완벽하게 같은 주식을 편입한 것과 같은 펀드를 설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선물거래라면 거래소의 KOSPI200 지수 자체를 사고파는 것이니 증권사는 중개만 하면 되지만, ETF는 지수와 현물주식의 가치가 일치해야 하고, 그 일을 ETF를 만들어 파는 증권사가 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ETF의 발행은 관리 능력을 갖춘 증권사로 국한되어 있다.
·지수는 시장의 가치와 한 나라 기업의 가치평가를 알려주는 신호등이고 시장이 강세인지 약세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분석 도구다.
·지수는 파생시장을 존재하게 하는 근거다.
·지수는 금융상품을 다양화한다.
·유동성(돈)의 증가 속도에 비해 유가증권 시장의 상장기업 수는 상대적으로 적게 늘어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지수상품을 통해 유동성을 분산하여 시장의 수요공급 밸런스를 맞춰주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 이런 다양한 지수상품들이 등장하는 것은 우리나라도 유동성 증가가 기업상장 수의 증가를 앞서기 때문이고, 이는 본격적인 금융투자의 시대에 돌입했음을 알려주는 간접적인 증거다.
재무제표로 기업을 고르는 5가지 원칙
의무 이행 능력은 있는가
기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제1의 원칙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이 해야 할 의미를 이행할 능력이 있는가”, 즉 의무이행능력을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채상환으로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기업은 불황기에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기업은 경기침체로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고 상황 압박이 거세질 때에도 부채를 상환할 수 있어야 하므로 항상 부채에 대한 적정 듀레이션을 유지해야 한다. 설령 유동자산이 많은 기업이라도 미래의 특정 시점에 유동자산을 현금화하지 못한다면, 단기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기업의 위험관리자와 위험관리(Risk Management)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정성은 낮더라도 수익성이 커 보이는 기업을 선택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안정성이 떨어지는 기업은 우선 배제한 후 나머지 중에서 수익성이 가장 좋아 보이는 기업을 차선으로 삼는 것이 투자의 우선순위다.
배당은 얼마나, 어떻게 하는가
두번째는 배당을 살펴보는 것이다. 배당은 기업의 이익 안정성을 보여주는 척도다. 물론 수익의 전부를 배당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량 기업의 배당은 적정하면서 일정해야 한다. 재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은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 따라서 우량한 기업의 배당은 적정한 수준에서 일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기업이 순이익을 내고도 배당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이때는 배당을 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 이것은 기업이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적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배당 성향이 나빠져서는 안 된다.
이자보상배율은 적당한가
세번째로 살펴봐야 할 것은 이자보상배율이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보통 이자보상배율은 높을수록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너무 높아지면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기업의 채무는 적정선에서 관리되어야 하며, 이자로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기업은 경기가 악화되고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계속기업의 가능성이 있는가
네번째는 계속기업의 가능성이다. 계속기업의 가능성은 손익계산서를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 기업이 계속기업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이자를 갚아야 하며, 경쟁기업의 진입을 막기 위해 신규 투자를 해야 한다. 시가총액 대비 부채총액 비율은 이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이다. 이자보상배율이 적정하지 않더라도 시가총액 대비 부채총액 비율이 크다면 그 기업의 안정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청산가치는 왜곡되기 쉽고 장부평가는 항상 부적절하다.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살핀다면 시장에서 평가받는 시가총액을 자산으로 보고, 시장이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을 평가하는 것을 부채에 대한 안정성으로 여겨도 무방하다.
현금화될 유동자산은 얼마나 되는가
다섯번째로 유동자산도 살펴봐야 할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분석가들은 기업을 평가할 때 유동자산을 ‘0’으로 두기도 한다. 하지만 유동자산은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그 기업의 자산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한다. 유동자산(현금, 유가증권, 매출채권, 재고자산)은 곧바로 현금화가 가능하고 그 예측도 정확하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반드시 유동부채보다 유동자산이 더 많아야 한다. 보통 유동부채를 제외하고 남는 유동자산은 ‘운전자본’ 혹은 ‘순유동자산’이라고 부른다. 기업은 현금 보유량이 충분해야 하고 유동자산 대 유동부채의 비율이 적정해야 한다.
주가승수의 이해
가치평가를 위한 PER의 활용
먼저 PER은 순이익을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주가가 합당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가를 살피는 기준이다.
·PER = 주식가격/EPS
예를 들어, EPS가 1,000원인데 주가가 1만 원이라면 PER은 10배가 된다. 이것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이익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 이익창출의 10배 정도 프리미엄을 주고 이 주식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익이 500원이라면 PER은 20배, 이익이 2,000원이라면 PER은 5배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이러한 의문을 품어야 한다. 왜 EPS의 10배나 되는 돈을 주고 이 주식을 사는 것인가? 역수를 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온다. PER이 10배라는 이야기는 이 주식이 1만 원일 경우 1,000원의 이익을 올린다는 의미다. 1,000원은 원금 1만 원 대비 10%이므로 다음과 같은 공식이 만들어진다.
·주식의 기대수익률 = 1/PER
은행에 자금을 예치하면 금리로 5% 안팎이지만 PER이 10인 주식에 투자하면 10%의 이익을 낼 수 있으니 은행에 예치하는 것보다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한 셈이다.
정리하면 PER은 낮을수록 좋고, 높을수록 나쁘다. 하지만 주식투자가 이렇게 쉽고 단순한 것이라면 왜 누구나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자가 나오겠는가? 이론상으로는 이 말이 맞다. 그러나 PER이 낮다는 것은 이 회사가 위기에 빠져 있음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고, 반대로 PER이 높다는 것은 성장성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일 수 있다. 이익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것(PER이 낮은 것)은 투자자들이 그 기업을 사기를 꺼린다는 뜻일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PER이 높은 것)은 투자자들이 그 기업이 앞으로 높은 실적을 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PER을 활용하는 가장 좋은 형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시장이 상승세에 있으며 주도주가 높은 PER 배수를 받으며 승승장구할 때 상대적으로 PER이 낮은 종목을 고르는 것은 유용하다.
둘째, 반대로 주식시장이 연일 하락하며 추세가 꺾일 때 PER이 낮다고 해서 저평가라는 결론을 내리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상승세에서 고 PER 주식이 이익 증가로 정상적인 가치가 될 수 있듯이, 하락세에서 저 PER 종목은 반대로 실적 하락으로 시간이 지나면 저평가가 아닌 오히려 고평가의 결과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주식시장 전체의 PER을 평가하는 것은 거의 항상 유용하다. 또한 시장 간의 가치, 즉 한국·중국·미국의 시장 등을 상대비교할 수도 있으며 추세가 잡힌 상승장에서 저평가주를 발굴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가치평가를 위한 PBR의 활용
PBR은 무엇일까?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다. 즉, 주가/1주당 순자산가 바로 PBR이다. 여기서 말하는 순자산이란 대차대조표상에 나타난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문자 그대로의 ‘순자산’을 말하는 것으로, 성장성이나 기업의 특성이 아닌 현재 해당 기업의 재무 가치, 다시 말해 재산가치를 따지는 것이다.
PBR은, 영업이익 성장률이 정체되고 PER 역시 10 이하로 금리수익 정도밖에 내지 못하는 소위 사양산업일 경우에는 상당히 유용하다. 이런 경우 회사는 청산이 유리하고 청산이 유리한 회사는 실자산의 가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PER이 높고 프랜차이즈 밸류가 큰 회사의 경우에는 무형자산을 평가할 잣대도 마땅치 않고, 현재가치보다는 미래가치가 더 중요하므로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의 금융기관을 제외하고는 현재 자산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결국 PBR은 한국전력, 가스공사, 방직회사, 제지회사, 제분회사, 봉제회사, KT, 은행, 보험, 증권, 조선, 철강, 건설 등의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지표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하고 명확한 PBR지표가 거래소시장에서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면서, 어떻게 기술력과 미래가치가 중요한 KOSDAQ시장에서는 효과를 거둔 것일까?
앞에 소개한 기사와 나의 설명은 분명히 차이가 크다. 이유는 단순하다. 첫째, 과거 KOSDAQ이 지나치게 미래만 보면서 허상을 좇고 투자자들은 현재가치에 주목을 한 결과 PBR이 더 유용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그 결과 2000년 이후 KOSDAQ에서 소위 굴뚝주들이나 건설주들의 주가가 주로 성장했고, 순수 벤처기업들의 주가는 부진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분석
포트폴리오
첫째, 포트폴리오에서 위험이란 무엇인가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은 위험을 다루고 있다. 이때 위험은 손해가 실체화될 가능성이지 손해 그 자체는 아니다. 더구나 위험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감수해야 하는 업보와 같은 것이다. 만약 5년 만기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면 당신의 위험은 0이다. 그리고 수익은 인플레이션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다. 당신이 위험을 지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최대 이익이다.
그런데 당신이 그 돈으로 건물을 사서 임대를 한다면 건물가치 하락과 감가상각의 위험, 경우에 따라서는 임대료를 제대로 못 받을 위험을 지지만 대신 건물의 가치가 0원이 될 가능성은 없다. 혹은 그 돈으로 한국전력 주식을 산다면 시가 대비 4~6%의 배당을 받지만, 대신 주가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은 낮다. 반면 대신증권 주식을 산다면 역시 시가배당률이 5%에 육박하겠지만 주가가 하락할 위험은 상당히 크다. 물론 한국전력보다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크다. 이것이 위험의 개념이자 정의다.
둘째, 포트폴리오 분산의 효과
이러한 위험은 분산과 표준편차로 정의된다. 수익이 평균에서 벗어날 가능성의 크기만큼 당신은 위험을 크게 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동양제철화학은 평균보다 훨씬 큰 상승폭과 하락폭을 갖고 있다. 전자는 분산이 낮고 후자는 크다.
이때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투자는 세 가지다. 첫째, 삼성전자만 산다. 둘째, 동양제철화학만 산다. 셋째, 둘 다 산다. 이 경우 수익은 둘로 나뉘지만, 만에 하나 둘 중 하나의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어 파산한다 하더라도 손실은 50%로 제한된다. 즉, 무한대의 수익과 제한적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대표성 있는 약 20개 정도의 종목을 편입하면 전체 리스크는 시장과 비슷해진다. 당신이 편입한 종목 중에 회계부정, 부도 혹은 사고로 문을 닫은 기업이 있어도 포트폴리오는 위험을 중화하게 되고 이익은 평균을 따른다. 한 개 고른 종목이 수익을 낼 확률은 평균적이지만 위험은 0이 된다. 포트폴리오의 효과는 단정적으로 이것이다.
주식가치는 GDP가 성장하는 한 장기적으로는 계속 늘어난다.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거나 주식시장이 위험에 처하더라도 파산하는 위험만 벗어날 수 있다면 결국에는 이익이 난다. 이때 파산 위험을 벗어나는 길은 혜안을 갖는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 분산이다.
셋째, 공분산에 주목하라
당신이 투자하는 기업이 한 종목은 대한항공이고, 한 종목은 SK에너지라고 하자. 유가가 오르면 SK에너지의 이익이 늘지만, 유가가 내리면 대한항공의 이익이 늘어난다. 반대로 손실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투자를 하되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이익과 손실의 정도를 ‘공분산’이라고 한다. 공분산이 양의 값을 가지면 움직임의 방향이 같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와 한국타이어, 현대산업개발과 KCC는 동일한 업종의 전후방산업이다. 반대로 공분산이 낮으면 방향성이 엇갈린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공분산이 높고 낮고의 차이는 있지만, 공분산이 음의 값을 가지는 종목은 없다. 주가가 계속 오르면 결국은 같이 오르고, 계속 내리면 결국 같이 내리는 시장의 속성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때 금과 같은 자산은 반대로 움직인다. 그래서 금의 공분산은 -0.5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금 가격이 오르면 주가가 내리고, 주가가 오르면 반대로 금값이 내린다.
넷째, 문제는 비체계적 위험이다
주식투자에 따르는 전체 위험은 투자의 수익과 손실을 결정짓는다. 하지만 그 중에는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이 있다. 체계적 위험으로는 석유파동 등이 있고, 비체계적 위험으로는 개별 종목의 실적 악화나 해외진출의 실패, 노동자의 파업 등이 있다. 우리가 분산을 통해 제거할 수 있는 위험은 비체계적 위험뿐이다.
분산을 해서 여러 개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그 중 한두 개의 주식에 비체계적인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가 그것을 낮추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시장 자체의 위험은 나눈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다. 즉, 전체 주식이 가지는 고유의 ‘체계적 위험의 합’이 포트폴리오의 위험이 되는 것이다. 실제 종목들은 시장 전체가 하락하거나 오르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체계적 위험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잘 분산한 포트폴리오라 하더라도 결국 주식투자는
비체계적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이익을 기대한다면 그는 바보다. 투자자들은 체계적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수익을 얻는다.
다섯째, 위험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알아본 지식의 범위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위험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베타가 0인 투자를 한다면 지금 당신의 자산은 MMF에 모두 들어 있을 것이다. 또 베타가 1인 투자를 한다면 KOSPI와 움직임이 비슷한 종목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이때 당신은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MMF보다 나은 수익을 낼 것이지만, 분명히 어느 순간 혹은 어떤 기간 MMF보다 훨씬 낮은 수익을 내거나 큰 손실을 경험할 것이다. 물론 최악의 경우 주가가 휴지조각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주식투자에서 말하는 위험의 진정한 정의다.
여섯째, 기대 이상의 수익, 알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알파란 옵션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다. 보통 투자자들이나 운용자들이 예측된 베타 이상의 수익을 얻었을 경우에 말하는 “알파를 얻었다.”라는 개념을 의미한다. 즉, 알파는 “이론상 기대수익을 넘었다.”는 뜻이다.
원래 포트폴리오의 매력은 알파를 얻는 것이다. 피터 린치도 설파했다시피 포트폴리오는 여러 개의 종목을 편입하고 그 중에서 한두 개의 10루타 종목을 얻는 것이 핵심이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지금까지 이론상으로 보면 전체 위험이 같다면 베타가 높은 포트폴리오는 수익이 더 좋아야 하고 플러스알파까지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증적 연구를 한 결과 그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 결과는 기술적 분석이 근거 없음을 증명한 것만큼이나 금융시장에 큰 회오리를 불러왔다. 이후 투자 세상에 ‘베타 죽음’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변동성 분석
이동평균선은 주가 예측 도구인가
이동평균선은 현재 주가의 바로미터일 뿐
이동평균선은 강우량과 같다. 지금까지 비가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일 비올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동전 던지기를 해서 앞면이 11번 나왔다고 해서 12번째에는 뒷면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배팅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듯 이동평균선은 주가 예측이나 주식 거래의 기준선이 될 수 없다.
이 부분을 명확하게 머리에 새겨두고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동평균선은 주식투자의 기술적 분석에서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도구다.”라는 말은 맞다. 이동평균선은 현재까지의 시세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하지만 그것이 이 순간 이후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눈곱만큼도 없다.
이동평균선을 잘 이용하고 반죽하면 우리는 대응의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 앞으로 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기술적 분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이동평균선은 “대응의 기준이지 예측의 기준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먼저 명심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변동성을 파악하는 밴드오버레이
엔빌로프
엔빌로프는 이동평균선이 지지선이나 저항선의 역할을 한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밴드다. 엔빌로프는 이동평균선이나 상단의 저항선, 하단의 지지선을 이용하여 주가의 전반적인 추세와 가격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지표로 주가의 항상성을 겨냥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인간은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주관적인 판단을 내릴 때, 가능하면 전체의 평균에 수렴하려는 속성이 있다.‘출발 동서남북’과 같은 게임을 하면 괜히 사람이 많은 곳에 서고 싶은 것도 같은 이치고, 모르는 길을 갈 때도 사람이 많이 가는 길을 택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주식을 매수하고 매도할 때도 그렇다. 어떤 주식을 매수하고 싶을 때 단순히 가격만 살피고 저평가인지 고평가인지 내재가치로만 판단한다면 당신은 가치투자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금 당장 사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기다렸다가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거래 형태를 지켜보게 된다.
이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동평균이다. 이동평균은 가격의 평균이고, 그 안에는 기간이 들어 있다. 더구나 이 기간은 시계 시간의 의미가 아니라 거래일의 개념이고, 이동평균이 정하는 기간의 이동평균값에는 그동안 거래된 모든 주가가 반영되어 있다. 즉, 120일 이동평균이 라면 최근일로부터 120일 전까지의 거래값의 평균이다. 이것은 정규분포의 평균에 해당하는 것이니 결국 그 지점에서 가장 거래가 많고, 그것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거래가 줄어든다.
이때 사람들이 이동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지면 팔거나 사고 싶어지는지를 관찰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설령 주가가 계속 오르더라도 (혹은 내리더라도) 평균에 가격이 반영되도록 호흡을 늦춰주거나, 가격이 톱니바퀴처럼 조정을 해서 이동평균이 가격을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주가가 내리 10일간 급등하면 이동평균으로부터 무척 멀어진다. 하지만 3일 오르고 하루 쉬면 그동안 이동평균선이 가격을 따라 움직일 수 있다. 주가가 이동평균으로부터 멀어지더라도 가격 조정으로 다시 조금 내려오면 거리가 좁혀진다. 즉, 가격은 이동평균으로부터 어느 수준 이상은 심리적으로 멀어질 수 없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개념이 바로 엔빌로프다.
정리해보면, 엔빌로프는 특정 이동평균선에 상하의 변동폭을 정하고 그것을 벗어나면 매수·매도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은 드물게 벗어나는 그 특별한 예외 구간에서 최대의 이익을 낸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기술적 분석은 저평가된 시장에서 저점 매수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장이 미친 듯이 흥분해서 적정가치를 훨씬 상회할 때, 그 상회하는 주가를 따라잡기 위한 것이어야 하고, 우리가 고점을 예단할 수 없다면 최소한 매도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럼 매도는 언제 할까? 간단하다. 주가가 밴드 안으로 들어왔을 때 주식을 매도하면 된다. 주가가 밴드를 벗어나 있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기준이 되는 이동평균선은 빠르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일정 부분 상승하여 기준 수익을 달성하면 절반을 매도하고, 주가가 밴드 안으로 들어오면 나머지를 매도하는 방법도 있다. 결국 수익을 내주는 것은 시간인 셈이다. 주식을 사서 3~4일 만에 매도가 되는 경우라면 수익이 적고, 서너 달 만에 매도가 되는 경우라면 서너 배의 수익을 주는 셈이다. 이 경우 시간은 곧 수익이다.
이쯤에서 명민한 투자자라면, 엔빌로프가 가진 복화술적인 성격을 이해했어야 한다. 사실 여기서 나는 엔빌로프라는 도구를 말했지만, 이것은 곧 ‘엔빌로프는 이격도의 활용’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다.
블린저로프
엔빌로프의 흐름에 비해 볼린저밴드는 획기적이다. 엔빌로프는 변동성이 커지는 순간에 그 변동성을 담지 못하지만, 볼린저밴드는 커지는 변동성을 그대로 담아낸다. 볼린저밴드는 표준편차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볼린저밴드의 이론은 간단하다. 표준편차의 개념을 주가에 대입해서 편차 내에 가격이 존재할 확률을 매매 판정에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엔빌로프처럼 “평균에서 주가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경직된 시각으로 보지 않고,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거나 작아질 경우에 평균에서부터 주가의 거리를 변동성을 감안하여 다르게 적용하게 한 것이다. 즉, 변동성이 클 때는 주가가 이동평균에서 10% 떨어져도 정상 가격일 수 있고, 변동성이 작을 때는 3%만 떨어져도 과열일 수 있다는 유연성을 반영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주가에 변동성의 개념을 적용한 것이며, 변동성이 작으면 가격들이 평균선에 집중되고 변동성이 커지면 가격들이 평균에서부터 흩어지며 밀도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적용한 것이다.
①과 ②는 밴드 밖으로 나간 주가를 추격 매수자들이 매수했지만, 종가 기준으로 밴드에 붙거나 넘기지를 못했다. 이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후의 4개의 원을 자세히 보면 추격 매수자들이 받고, 종가는 다시 밴드 상단에 붙거나 밴드를 넘는다. 이렇게 주가가 다시 밴드를 넘어가거나 밴드 상단을 따라 움직이면, 이 주식은 집중 매수자들이 계속 사들이고 있거나 최소한 보유중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마지막 ⑦을 보면 밴드를 넘지 못하고 주가는 다시 변동성이 확대되며 하락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돕슨은 허그(Hug)라고 불렀다. 그는 이런 현상을 관찰하고 하나의 패턴으로 매매기법을 제시했지만, 사실 이것은 돕슨의 것은 아니다. 아울러 기우에서 덧붙이지만 이런 식의 매매기법은 실전에서는 여전히 도움이 안 된다. 만약 적용을 하려고 해도 사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굳이 이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냥 흐름을 가정하는 상상력을 키워보기 위해서다.
추세선
그럼 추세란 정말 무엇일까? 시장을 기술적으로 분석하지 않는 투자자라면 추세에 대해 알 필요가 없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치 투자자든 기술적 분석가든 간에 추세라는 말을 투자에서 사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또 실제 기업의 가치 분석만이 시장을 나는 방법일 뿐 주가에서 기술적 분석은 무용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허점도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주가지수와 밀접한 파생시장이 기술적 분석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기술적 분석이란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 모든 기술적 분석 도구들은 그것의 정확성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적용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만약 그 적용의 기준이 일정하지 않고 어떤 필요나 자신의 심리적 요인에 따라 흔들리거나 불안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니 우리가 추세선을 두고 의미 있는 저점과 고점을 연결한 선이라 하고 추세선과 평행한 선을 하나 더 그어 추세대라 부르고, 그것을 중심으로 지지선과 저항선으로 삼았다 하더라도, 실제 시장에서 추세를 벗어나는 순간 이것은 주가를 예측하는 도구로 이용되지 못한다.
저항선을 벗어나면 그냥 주식을 사고 지지선을 이탈하면 주식을 파는 방식으로 매매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예상과는 달리(‘예상과는 달리’라는 표현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지지선이나 저항선을 벗어나도 주가가 오르고 내릴 확률은 반반이다), 주가가 다시 하락하거나 상승하면 되팔거나 사들이면 된다. 투자자는 기술적 분석이라는 도구를 냉정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을 기준으로 예측을 시도하면 늘 허방다리를 짚게 된다는 뜻이다.
추세란 나와의 약속이다. 모든 사람이 공히 적용하고 약속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리석은 사람들이 의미 있는 저점과 고점을 찾아 선을 긋고 지지와 저항이라 인식하고 있는 동안, 일부 투자자들은 사람들이 그렇게 여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일 것이다. 어떤 게임에서든 내가 가진 패를 보여주면 손해다.
그렇다면 패를 보여주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가? 나 자신과 임의의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냥 허공에 원하는 수익과 원하는 가능성을 감안한 작대기를 하나 긋고 그 작대기가 주는 신호를 따라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기법 차원에서 하는 말은 아니다. 지금 이 설명을 따라 차트에 가상의 작대기를 그어 내일부터 매매에 적용한다면, 여러분은 내가 말하려는 바를 완전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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