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투자한 ‘시간’에 비례한다
어릴 적에 공부를 잘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성적이 중상위권에 그쳤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하형철 학생은 자신의 수능 만점 결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단 기본적인 사고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입시라는 긴 레이스에서 성적은 언제든지 좋았다가 떨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결국 그 기복을 극복하고 만점을 얻게 만드는 힘은 기본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간혹, 제 등수만 가지고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한 20등, 30등 하는 친구들한테 1년만 열심히 하면 수능 만점 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건 무리라고 생각해요.
개념 이해와 기본기가 잘 다져져 있어야 응용문제도 풀 수 있거든요.
또 비중이 높은 주요 과목에 시간을 더 쓸 수 있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회탐구 과목은 거의 다 만점이었어요.
어렸을 적부터 사탐 관련 책들도 많이 읽었고 국어, 영어, 사탐은 이미 기본기가 탄탄한 편이라 수학만 열심히 하면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 시간 안배를 통한 효율적인 공부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요.”
이처럼 잘 닦아둔 기본기는 내가 높이 날고자 할 때 든든한 날개가 되어준다.
나만의 루틴, 몸이 기억하는 공부를 해라
습관을 들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다.
루틴을 통해 공부 습관을 들이게 되면 확실히 공부하는 데 힘이 덜 든다.
연세대 의학과 김현지 학생도 루틴의 효과를 경험한 적이 있다.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면 억지로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참고 조금만 더 하자 스스로 채찍질해야 하는 노력을 덜 해서 좋아요.
제가 고2 때는 이런 식으로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고3 때는 똑같이 열심히 해도 별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거웠던 기억밖에 없거든요.
공부한 양은 결코 적지 않은데 말이죠.
이유는 규칙적으로 그냥 계속했기 때문이에요.
습관이 되어서 몸에 배니까 스트레스를 덜 받더라고요.”
어렵고 지겹고 힘들던 공부가 힘들지 않는 순간이 온다는 경험을 해보고 싶지 않은가?
그럼 일단 공부 습관을 들이는 데 노력하자.
입시는 경쟁이고, 고3은 전쟁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혼자 있는 공간보다는 옆에 있는 학생들로 인해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학업의 끈을 잡고 있기에 좋다.
기억하자. 공부를 해야만 하는 장소에서, 공동의 목표를 가진 내 경쟁자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곳, 나아가 공부하고 싶은 친구들이 모여서 좋은 학업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최적의 공부 장소라는 것을.
믿고 맡겨야 공부도 잘한다
실제로 만점자의 학부모 중 73.3%는 자식을 믿고 지지해주었다.
시험을 치자마자 “성적표 가져와봐.” 같이 압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수험생을 둔 부모의 태도가 자녀의 공부 습관이나 좋은 성적을 받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말해준다.
내 아이가 주도적으로, 재미있게 공부하면서 성적까지 잘 나오길 바란다면 부모가 반드시 지켜야 3가지 지침이 있다.
첫 번째는 일단 수험생인 내 아이를 믿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성적에 대한 압박과 지지를 함께 받아 본 학생 거의 모두가 부모님이 자신을 믿어주고 기다려줬던 게 정서적으로 더 안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김학성 학생의 부모님 역시 그를 믿고 지지해주었다.
“부모님께 감사하죠. 항상 저를 믿어주시고, 제 선택을 존중해주셨거든요. ‘이 정도 학교는 갔으면 한다.’라는 기대 같은 걸 내비치셨다면 저도 엄청 부담이 됐을 텐데, 저희 부모님은 그런 부담을 저에게 안 주시려고 노력을 많이 하신 거 같아요.
다른 친구들은 성적이 안 나오면 부모님이 되게 뭐라 하시던데.
제 부모님은 ‘시험을 왜 이렇게 못 봤어.’ 이런 얘기를 하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자식이 공부를 못하면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식의 등수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좋지 않다.
부모가 자녀 교육을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첫 번째가 성적표를 가지고 혼내는 것이다.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의 기대가 수험생에게는 어쩔 수 없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좋은 결과를 보았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부모가 학업에 관한 신경을 좀 덜 쓰는 게 자녀의 마음이 편할 것이다.
말하지 않더라도 부모가 믿어준다면, 자식도 그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또 부담이 적어야 자녀도 꾸준히 자기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다.
이동헌 학생은 어머니와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저는 학교 갔다 와서 야식 같은 거 먹으면서 어머니랑 대화를 많이 했거든요. 부모님과의 신뢰를 쌓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대화를 많이 하고 공감해주는 친구 같은 부모. 어쩌면 부모의 믿음과 지지만큼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자식이 시험을 못 봐서 슬프다고 하면 같이 슬퍼해주고, 기쁘다고 하면 같이 기뻐해주고 말이다.
시험을 잘 봐서 자녀가 좋은 게 아니라 “시험을 잘 봐서 네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다.”라는 표현을 하는 게 훨씬 좋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는 관대해야 된다.
‘아빠는 네가 열심히만 했으면 됐어.’ 이 말이 정말 큰 힘이 되어서, 저도 나중에 제 아이에게 그런 부모가 되고 싶어요.”
사춘기 학생들은 감정적으로 기복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종종 좋지 않은 시험 점수가 나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질책하거나 몰아세우지 않는 게 중요하다.
대신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자기 것이라는 걸 충분히 인식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제가 공부할 때 부모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는 않았어요.
부모님한테 종종 혼이 날 땐 시험 결과 때문이 아니라 제가 공부하겠다고 해놓고 그 정도로 열심히 안 해서였죠.
부모님의 방식이 저한테는 도움이 많이 됐던 거 같아요.
제 주변에 공부 잘하는 친구들 부모님을 보면 대부분 성적 가지고 뭐라고 하셨거든요.
결과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저도 결과에 매몰되었을 것 같고, 엄청나게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을 거 같아요.”
이렇게 말한 하형철 학생의 부모님이 추구하는 교육 철학은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안 나오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성적이 안 나온 건 혼나야 한다.’이다.
결과보다는 노력하지 않은 과정에 대해서만 따끔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아이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면 자녀는 그 믿음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다.
특히 부모의 지지는 큰 힘이 되어 자녀가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이는 곧 공부가 일상이 되는 공부 습관으로 연결된다.
“저희 부모님은 공부가 일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셨어요. 공부에 관심을 가지도록 절 데리고 도서관에 매일 같이 가고, 서울대를 구경시켜주시면서 방향을 제시해주셨어요.
이처럼 공부를 하고 싶게 하거나 할 수 있게 자연스러운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러면 부모님이 말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될 테니까요.”
부모가 자녀를 대할 때 또 주의해야 할 사항은 성향별, 시기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유방임을 하면 자녀가 노는 것만 좋아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렸을 때 어느 정도 틀을 잡아 놓는 것이 좋다.
혼자서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에게도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필요하다.
김승덕 학생은 “중학교 때 어머니가 참 대단하셨던 게 저녁 9시에 퇴근하고 저녁을 못 먹고 오셨어도, 제가 새벽 3시까지 공부를 하면 그때까지 옆에 계셨어요.
놀고 싶어도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죠.”라고 말했다.
알아서 열심히 잘하는 학생들은 내버려두고 믿어주면 되지만, 열심히 안 하는 학생에게는 어느 정도의 통제가 필요한 것이다.
자녀에 대한 교육 방식은 정해진 답이 없다. 따라서 자녀의 성향에 맞게끔 부모가 잘 조절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건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자녀를 잘 관찰하는 것이다.
자녀가 필요로 하면 울타리가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방관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부모는 울타리가 되어줄 때 사회적인 해악으로부터 막아주는 정도까지만 관여해야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 개인의 흥미나 내재적인 동기로 인해 자녀가 자기주도적인 공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강압적인 교육 방식은 결국 매너리즘을 부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공부와 관련해 학생을 끌고 가거나 밀어붙이려고 하기보다 뒤에서 받쳐준다는 생각으로 필요한 부분에 관해서만 챙겨주는 것이 더 낫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기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시기이기에, 부모의 의사를 투입하기보다는 자녀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해줘야 한다. 인생도, 공부도 자녀에게 먼저 결정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재능은 태어났을 때부터 주어진 역량이지만 습관은 살면서 만들어가는 역량이다.
시간이 쌓여 습관이 되고, 꾸준히 해서 일상이 되면 더 이상 힘들여 공부하지 않고, 공부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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