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역사를 다룰 때 2010년 5월 6일은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날 미국 동부 시각으로 오후 2시 32분부터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불과 10분 만에 998.5포인트, 전일 종가보다 무려 9% 넘게 급락했다.
순식간에 시가총액 1조달러가 허공에 날아간 것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1,100조원에 달한다.
이날 1만 868.12에 개장했던 다우존스지수는 9869.62까지 폭락했다.
장중 고점 1만 879.76에 비해선 1010.14p가량 폭락한 것이다.
미국 규제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자산관리회사인 와델&리드파이낸셜(Waddell & Reed Financial)의 대규모 매도주문이 초단타 알고리즘 매매(1초 내에 수백 번, 수천 번 매매주문)를 자극해 매도주문이 폭발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뒤 규제당국은 이날 사건의 주범으로 영국 트레이더인 나빈더 싱 사라오(Navinder Singh Sarao)를 지목했다.
그가 시장 가격을 조작하는 초단타 알고리즘을 설계했고 그것이 시장을 붕괴시켰다고 결론 내렸다.
일명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사건의 전말이다.
플래시 크래시는 기계매매로 주가가 빠르게 급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규제 당국은 이 사건 이후 S&P500지수 기준으로 전일 종가보다 7%, 13%, 20% 이상 하락하면 거래를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그 뒤로도 유사한 플래시 크래시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미국증시의 80%는 알고리즘 매매
2015년 8월 24일 S&P500지수는 1965.15에 개장했으나 불과 몇 분도 안 돼 1867.01로 5%가량 급락했다.
중국 경기둔화 우려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8.5%나 급락한 이후 미국증시가 개장하긴 했으나 단시간 내 지수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2018년 2월 5일엔 다우존스지수가 5분도 안 돼 700포인트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이날 다우존스지수의 고점과 저점의 차이는 무려 1596.65포인트에 달했다.
2010년 5월 6일의 하락폭보다 더 컸다.
미국에선 왜 주가가 단시간 내 폭락하는 일이 자주 일어날까?
주식시장 전체매매의 80%가량이 알고리즘 매매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람이 매매주문을 하지 않고 사전에 짜인 알고리즘에 따라 기계가 매매를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주식을 매매할 때마다 증권거래세를 내지 않으니 초단타 매매 비중도 높다.
초단타 매매는 1초에 수백 번, 수천 번까지 매매해 눈 깜짝하는 것보다 더 빠른 시간 내에 매매차익을 내는 것을 말한다.
0.00001초 단위로 거래가 이뤄진다.
‘머니볼’로 유명한 논픽션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는 『플래시 보이스(Flash boys)』란 책에서 초단타 매매의 문제점을 다루기도 했다.
그는 책에서 “컴퓨터가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사람들이 책임을 더 이상 안 지게 된다”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2015년 4월 플래시 크래시의 주범 나빈더 싱 사라오가 체포됐으나 4개월간 복역하고 보석으로 풀려났다.
2020년 미국 시카고 법원은 380년의 중형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됐던 그에게 1년 자택 구금을 선고했다.
그가 범죄 혐의를 순순히 인정한 데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단기간에 급락해도 놀라지 마라
투자자들이 유념해야 할 것은 미국증시를 지배하는 알고리즘 매매기법이 주로 ‘추세 추종형’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거래량·가격 변동 등에 따라 매매하는데 가격이 오를 때 사고, 가격이 하락할 때는 판다.
상승추세와 하락추세가 나타나면 그 추세가 계속되도록 가격을 밀어올리거나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자극한다.
그래서 시장의 변동성을 더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가격이 오를 때는 투자자에게 좋겠지만 하락할 때는 가격을 끌고 내려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추세 추종형이 초단타 매매와 결합할 경우엔 단시간에 주가가 급등·급락하게 된다.
다만 이런 흐름은 장기적으로 나타나진 않는다.
2010년 5월 6일 플래시 크래시로 주가가 단시간 내 폭락했음에도 장 마감까지 폭락의 70%가량을 빠르게 회복했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장중 9% 이상 하락했음에도 종가는 3.19% 하락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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