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 미국주식이 하루에 300%씩 오르는 이유
미국주식이 하루에 300%씩 오르는 이유
위아래로 30%씩 밖에 못 움직이는 한국과 달리 위아래 제한폭이 없는 미국시장. 가격을 시장에 맡기기 위함이다.
2020년 7월 29일 필름회사로 유명한 이스트만 코닥(티커: KODK)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무려 전날 대비 318%나 급등하며 장을 마쳤다.
이날 코닥은 장중 한때 무려 655%나 급등했을 정도로 주가가 용솟음을 쳤다.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는 시대가 되면서 ‘필름왕국’ 코닥은 파산까지 내몰리며 상장폐지가 된 역사도 있다.
가까스로 기사회생하면서 뉴욕증시에 다시 데뷔했지만, 주가는 꾸준히 내리면서 최근 1~2년간은 불과 2~3달러에 거래됐다.
그런 코닥의 주가가 별안간 급등한 건 코닥이 코로나19 치료약 제조사로 변신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직접 코닥의 제약사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코닥의 거래량은 파산신청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7월 27~31일 단 1주일 동안 총 10배나 올랐다.
당시 폭등하는 코닥의 주가를 보면서 상당수의 국내 투자자들이 당황했다.
하루에 주가가 어떻게 300%씩이나 뛸 수 있나?” 라고 말이다.
국내주식시장에선 상·하한가가 고작해야 ±30%,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상·하한가여 봤자 ±60%다.
어째서 미국시장은 저렇게 주가가 하루에 크게 뛸 수 있는 걸까? 문제는 없을까?
미국엔 상·하한가가 없다
가격제한폭이란 그날 하루 오르거나 내릴 수 있는 주가를 정해놓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날 대비 30% 이상(레버리지 ETF의 경우 60% 이상) 주가가 오르내릴 수 없다.
상·하한가가 ±30%인 셈이다. 지나치게 가격이 변동될 경우 시장의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장치로 가격제한폭을 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시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가격제한폭’을 두지 않는다.
주식의 가격은 시장이 주체적으로 찾아가야 하지, 거래소나 금융당국이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당일 발생한 이벤트에 대해서는 그날 바로 주가에 반영하는 게 옳다는 생각 역시 반영됐다. 그
래서 정규시장과 프리마켓·애프터마켓으로 거래시간을 충분히 보장해 시장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찾아가도록 하고 있다.
실제 가격제한폭을 두지 않기 때문에 미국시장은 가격왜곡이 덜하다. 우리나라에선 어떤 호재나 악재가 나왔을 때 가격제한폭 제도 때문에 하루에 다 이벤트를 반영하지 못한 채 며칠씩 상한가 혹은 하한가를 기록하는 일이 적지 않다. 가격이 제때 반영되지 못하고 변동성이 며칠씩이나 이어질 수밖에 없단 얘기다.
서킷브레이커로 시장충격 완충
대신 미국에선 ‘서킷브레이커’란 제도로 시장의 충격을 낮춘다.
미국은 1987년 10월 19일 하루 만에 다우 지수가 22%나 폭락하는 이른바 ‘블랙먼데이’ 사태를 맞았었다.
도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규제완화에 그동안 과열양상을 보이던 주식시장이 무역적자 규모확대,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미국의 이란타격 가능성 등이 부각되며 하루 만에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서킷브레이커는 3단계로 이뤄져 있다. 뉴욕증권거래소든 나스닥시장이든 간에 S&P500지수를 기준으로 ‘1단계 7% 이상 하락, 2단계 13% 이상 하락, 3단계 20% 이상 하락’ 시 각각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다.
1~2단계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후 3시 25분 이전에 해당될 경우 발동되고, 거래가 15분간 중단된다.
만약 3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을 경우엔 그날 거래는 즉시 마감된다.
서킷브레이커는 각 단계별로 한 번씩만 발동된다. 만약 하루에 7% 이상 하락해서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는데, 이후 5%대로 다시 상승했다가 다시 8%대로 떨어진다고 해서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다시 발동하지는 않는단 얘기다.
야간선물엔 가격제한폭이 있다
미국 선물시장에서는 가격제한폭이 있다.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미국 주가지수선물의 경우 야간시장에서 5%의 가격제한폭이 적용된다.
야간시장에서 5% 상승 또는 하락할 경우 시장은 개장 상태를 유지하지만 5% 범위 안에서만 거래할 수 있다.
반면 주간거래에서는 현물시장과 동일하게 가격변동폭을 기준으로 –7%, -13%, -20%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적용된다.
미국시장을 보다 보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자주 당황하는 게 차트의 색깔이다.
한국에서는 주가차트 봉이 빨간색이면 상승을, 파란색이면 하락을 나타낸다.
하지만 미국에선 초록색이 상승이고, 빨간색이 하락이다.
오늘 봉차트가 빨간색이어서 주가가 올랐다고 흥분하다가 이내 상승이 아닌 하락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실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