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주식관련 소개

주린이의 주식입문 8 -유명 투자자들의 오답노트

cherry-ai 2023. 4. 2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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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그레이엄

절대 불변의 법칙은 없다

그레이엄은 증권 분석이라는 분야를 최초로 개척했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로저 로웬스타인은 “그레이엄 없는 투자는 마르크스 없는 공산주의다”라고 했다.5 그레이엄은 다방면에 박식했다. 멍거는 그레이엄을 “눈부신 인물”, “당대 투자 업계에서 독보적인 지식인”6이라고 칭했다. 불과 스무 살에 컬럼비아대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던 그는 영문과, 수학과, 철학과에서 동시에 강의 제안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어찌할 바를 몰라 고민하던 그는 학장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마침 뉴욕증권거래소 관계자가 학장을 찾아와 우수한 학생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학장은 주저 없이 그레이엄을 소개했다.

그레이엄이 월가에 발을 들인 때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으로 뉴욕증권거래소가 4개월간 폐쇄되기 바로 전이었다. 아직 스무 살에 불과했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운 적도 없었던 그레이엄은 증권과 수표를 나르며 밑바닥에서 일을 시작했다. 한 달 만에 채권 부서 보조원으로 승진한 그는 계속해서 두각을 드러내며 6주 뒤에는 일일 시황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레이엄은 1928년부터 28년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동시에 뉴욕증권거래소의 교육 기관(현 뉴욕금융연구원)에서 10년간 강의를 맡았다. 그의 강의는 월터 슐로스, 어빙 칸, 빌 루안 같은 학생을 끌어모았다. 그레이엄의 원칙을 이용해 지구상에서 최고 부자가 된 버핏 역시 그의 제자였다.

 

그레이엄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주식시장의 단기 및 장기 추세에 대한 월가 전문가의 전망은 대개 더 정확하다고 봐도 될까요?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이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30년 이상 연구해왔습니다만, 동전을 던지든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을 따르든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고 결과는 어느 쪽이든 다르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해야겠군요. 전문가를 더 신뢰할 까닭이 없다고 보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으셨죠. 아주 흥미롭고 좋은 질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설명하겠습니다. 월가의 사람들 모두 너무 똑똑해서 뛰어난 머리를 상쇄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들이 아는 것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고, 앞으로 일어날 일은 그들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치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가치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레이엄은 금융에 절대 불변의 법칙이란 없으며 아무리 싼 것도 더 싸질 수 있다고 가르쳤다.

이 책에서 접하게 될 모든 교훈이 다 그러한데, 불행히도 교훈은 대부분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서야 얻어진다. 종목 선정이 어려우니 지수 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떤 종목의 주가가 1년 만에 50% 폭락했다고 해서 반드시 싸다고 할 수도 없다. 우리는 떨어지는 칼날 가운데 몇 개를 상처 입지 않고 잡아야 하며, 가격 하락이 가치 향상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도 배워야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할 많은 투자자가 그레이엄의 가르침에서 출발했지만, 독자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했다.


잭 보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보글은 47세가 되어서야 지수 펀드를 만들었다. 자신에게 맞는 투자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더라도 늦지 않았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주식을 선택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옵션을 샀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며 시장을 맴돌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니 괜찮다.

일반 투자자가 폴 튜더 존스 같은 트레이더로 성공할 그릇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누구나 지수 펀드를 사고 보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단히 고되고 어려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잦은 손실을 겪으며 수십 년간 성과를 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을 모두 고려해도 지수 펀드는 최선의 수단일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단, 재현 가능한 방법이어야 한다. 투자에 정해진 절차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수많은 변화구를 던지는 주식시장에서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만큼 우리는 은퇴 후 긴 시간 동안 필요한 자금 규모를 예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보글이 그랬듯 우리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보글과 같은 거인조차도 몇 번의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투자는 자기를 발견하는 평생에 걸친 여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아직 그 여정에 있다면 부디 자신에게 맞는 방법 찾기를 멈추지 말기 바란다.


마이클 스타인하트

정해진 항로를 이탈하고 싶은 유혹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고 있어도 시장에서 돈을 벌기는 어렵다. 한 예로, 특정 산업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애널리스트조차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을 가려내는 데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

상장 지수 펀드ETF와 상장 지수 채권ETN이 보편화되면서 시장의 다른 부문에 대한 접근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원자재, 통화, 변동성, 주식, 채권 거래가 가능해졌다고 해서 반드시 거래를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에게 익숙한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값비싼 여행이 될 수 있다. 변호사는 구강 외과 수술을 하지 않고 회계사는 설계도를 그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범위를 규정하고 그 범위 안에 머무르는 것이 투자자의 의무다.

스타인하트는 헤지펀드 업계의 초기 개척자로 조지 소로스, 줄리안 로버트슨과 더불어 이 업계를 대표하는 3인방으로 손꼽힌다

나쁜 행동 방식은 투자자가 직면하는 중대한 위험 요소이며 자신의 능력범위 밖을 여행하는 것은 투자자가 범하는 가장 흔한 잘못이다. 능력범위가 얼마나 넓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범위 안에 머무르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인지하고 그 안에서 약간의 원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차이를 만들 수 있다.

편안한 영역에서 절대 벗어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지평을 넓히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그러나 다소 낯선 분야에 투자를 시작한다면, 면밀히 검토한 뒤 처음에는 투자금을 작게 유지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훗날을 기약하며 손절해야 한다.


워런 버핏

확신은 어느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는다

버핏은 투자자의 과잉 확신을 통제하는 좋은 방법을 제시한다.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구멍이 20개뿐인 천공 카드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자신의 행위에 더욱 신중해질 것이다. 현실적인 조언은 아니다. 현실에서는 누구도 이러한 규율에 충실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통해 투자를 할 때마다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속도를 늦추고 충동적 행위를 억제할 수 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고 너무 많은 정보를 처리하다 보면 확신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또 실제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게 되므로, 과잉 확신은 극복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다.

과잉 확신을 경계하는 최선의 방법은 투기적 성격의 투자를 할 때 사전에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미리 정해둔 가격 수준과 손실 금액 또는 전체 투자금 대비 손실 비율을 활용해 자신이 틀렸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기준을 미리 정해두면 투자자가 직면하는 커다란 장애물, 즉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실제로는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을 가졌다고 착각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빌 애크먼

고집은 질 수 없는 싸움에서 지게 한다

애크먼은 스스로를 굉장히 곤란한 입장에 빠뜨렸다. 모두에게 허벌라이프가 완전히 사라질 다단계 조직이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패배를 인정할 수 있었겠는가?

애크먼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나는 미국에서 가장 집요하고 끈질긴 사람이 될 수 있다.”19 프레젠테이션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힌 슬라이드를 제시했다. “다단계 조직은 어째서 불법인가? 다단계 조직은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사기성이 있는 것이다.”20 허벌라이프가 다단계 조직일 수 있고 결국 붕괴할지도 모르지만, 그와 별개로 그때까지 애크먼이 계속해서 공매도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공매도에는 주식이 불리하게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는 정신적, 감정적 비용 외에도 주식을 빌리는 대차 비용이 발생한다. 허벌라이프를 상대로 한 그의 주장이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어느 시점이 되면 공매도자는 항복하고 말 것이다.

2016 7 25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허벌라이프를 4건의 불공정, 부실, 기만적 사업 관행 혐의로 고발했다. 허벌라이프는 분쟁 해결을 위해 2억 달러를 지불하고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허벌라이프 CEO는 이 합의를 두고 “우리의 사업 모델이 건전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21이라고 설명했다. 1년 뒤 주가는 11% 상승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제로 베팅 게임(허벌라이프가 다단계 조직이라는 의혹을 파헤치고 빌 애크먼의 공매도 투자를 추적한 다큐멘터리. 테드 브라운 연출, 2016년 제작)’에서 홍보 전략가 존 실반은 애크먼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4시간 만에 끝났어요. 대단한 프레젠테이션이었어요. 그런데 일부 영리한 청중이 주식을 검토했더니 주가가 올라 있었습니다.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요?” 애크먼은 이렇게 답한다. “상관없습니다. 어쨌든 주가는 오르지 않을 테니까요.” 그는 자신의 공매도 전략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22 주가는 그날 25% 올랐다. 프레젠테이션 이후 3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다(2018년 2월, 애크먼은 허벌라이프에 대한 공매도를 종료했다. 만 5년 만의 일이다).

 


스탠리 드러켄밀러

어리석고 재미없는 죄악, 질투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조지 소로스가 경영을 맡긴 퀀텀 펀드를 10년 넘게 운영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역대 최고의 글로벌 매크로 투자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드러켄밀러가 참가한 게임에는 급변하는 경제 상황을 평가하고 그것이 어떻게 세계의 주식, 채권, 통화를 움직이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한 동료는 그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드러켄밀러는 경제학자보다 주식시장을 더 잘 이해했고, 종목 추천을 하는 애널리스트보다 경제학을 더 잘 이해했습니다.”6 독특한 조합이었다. 여기에 위험 관리에 대한 그의 애착이 더해지면 상대 선수를 충분히 나가떨어지게 할 만큼 강력한 칵테일이 완성된다. 30년 동안 그는 승자의 게임을 했다. “소로스 덕분에 더욱 강화된 나의 철학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격적으로 행동할 권리를 획득했을 때는 공격적이어야 합니다. 큰 수익으로 시작한 해에 바로 덤벼들어야 합니다.”

드러켄밀러는 30년 동안 연간 30% 수익을 올렸다고 알려졌다. 일반적 통념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어 가능한 일이었다.

멘토가 들려준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내가 업계에 들어와 처음 들은 말은 황소(강세론자)도 돈을 벌고 곰(약세론자)도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살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말하려는 것은 제가 바로 그 돼지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업계에서 장기적으로 뛰어난 수익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돼지가 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믿습니다.

역대 최고의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이자 돼지가 되어 수십억 달러를 번 드러켄밀러에게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승자도 때로는 패자의 게임(실책을 줄이는 데 집중하는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형편없는 투자와 자기 실책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자신의 논리가 잘못된 것도,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이미 가격에 반영된 것도 모두 게임의 일부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심지어 ‘알면서도’ 실수를 저지를 것이다. 자기 실책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투자자는 드물다. 자기 자신도 통제하지 못하면서 다른 투자자가 돈 버는 것에 신경을 쓸 때 우리는 자기 실책을 범한다.

드러켄밀러는 그 전차에 올라탔다. 그는 시건방진 햇병아리 펀드매니저가 엄청난 수익을 달성하며 퀀텀 펀드의 신경을 긁는 것이 못마땅했다. 기술주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린 펀드는 그해 50% 수익률을 달성했지만 퀀텀 펀드의 수익률은 한 자리 숫자에 머물렀다.

드러켄밀러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았다. 다만 자신을 멈추지 못했을 뿐이다. “60억 달러 상당의 기술주를 매수했고 그 거래 하나로 6주 뒤 30억 달러를 잃었습니다. 무엇을 배웠냐고 물으셨죠? 배운 것은 전혀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단지 감정적으로 마비되어 스스로도 어쩌지 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배웠을지 모르지만 그건 이미 알고 있었어요.”

우리 모두 한두 번쯤은 이런 일을 경험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것은 가르친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렵게 배워야만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비싼 대가를 치르고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거시 경제를 예측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케인스는 ‘평균적으로 예상하는 평균 의견이 무엇인지를 예측해 시장을 이기려는 것은 쓸데없는 게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역시 그러한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케인스는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평생 이룰 업적을 10년 만에 이룰 정도로 지적 능력이 뛰어났지만 시장의 단기 움직임을 파악하는 통찰력은 부족했다. 그가 원자재 거래를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보여주는 기록은 찾기 어려웠다. 거래 회전율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투자가가 경험했듯 케인스 역시 통제가 가능하다는 환상에 시달렸다. 그는 빈번한 매매로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고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틀렸다. 그는 이 방식을 킹스 칼리지 기금 운용에 적용했고, 처음 몇 년 동안 시장수익률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케인스는 현금흐름, 이익, 배당금을 검토하며 기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재가치 미만에 거래되는 기업에 초점을 맞추었다. 거시에서 미시로,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접근법을 바꾸었고 덕분에 자기 자신과 킹스 칼리지, 보험회사 두 곳의 재산을 불릴 수 있었다. 그는 자아를 접고 더 이상 금리와 통화 그리고 그것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지 않았다. 장기 가치투자자로서 “자산으로서 만족스럽고 근본적인 이익 창출 능력도 만족스러우며 그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을 샀다.

 거시 경제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그지만 역설적이게도 거시 경제학의 대척점에 있는 것을 수용하면서 투자에 성공했다.

콧대 높은 거시 경제학자가 지적 유연성을 발휘해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접근법을 전환한 것은 진정 놀랄 만한 일이다. 그는 투자자의 기분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대개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투항했다.

누구나 스스로를 장기 투자자라고 생각하고 싶어 하지만 삶을 단기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케인스는 1929년 대폭락, 그 뒤를 이은 대공황, 제2차 세계대전을 아우르는 기간에도 놀라운 투자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단기간에 다른 모든 투자자를 앞질러 생각하려는 노력을 멈춘 덕분이다. 누구나 예상하는 보편적인 의견이 무엇일지를 알아내는 것은 이 전투에 나선 많은 사람 가운데 특히 뛰어났던 그에게도 능력 밖의 일이었다. 그렇다면 평범한 우리를 위한 교훈은 분명하다. 그러한 게임은 하지 말 것,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자산 배분에 집중할 것.

성공적인 투자가는 강세장이 왔을 때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 없이 충분히 상승세를 누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약세장이 닥쳐 주변 모든 사람이 이성을 잃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쉽게 들리지만, 간단하지 않고 실행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잘 훈련된 투자자는 다양한 시장 환경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상세히 파악해 자신의 개성에 맞는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다. 그들은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는다. 그러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케인스가 말했다고 잘못 알려진 “완전히 틀리기보다는 대충이라도 맞는 편이 낫다”는 말[영국 철학자 카베스 리드의 말로 원래 표현은 “정확히 틀리기보다는 애매하게 맞는 편이 낫다(It is better to be vaguely right than exactly wrong)”이다. 케인스가 한 말로 잘못 알려져 있다-역자 주]에 동의한다.


크리스 사카

실수는 인정하되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사후 확신 편향이라는 것이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다. 실제로 아무런 단서도 없으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안다고 믿게 하는 것은 인간 소프트웨어의 결함이다. 사후 확신 편향은 후회로 이어지고 후회는 잘못된 의사 결정으로 이어진다. 후회는 두 가지 별개 방식으로 우리 두뇌를 조종한다. 첫째, 잘못된 결정을 내릴까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한다. ‘바닥에 팔았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을 거야. 수익률은 처참하지만 이 펀드를 계속 보유할 수밖에 없어.’ 둘째, 아무것도 하지 않고 후회하느니 무엇이든 하라고 강요한다. ‘차기 비트코인을 놓치면 견딜 수 없을 거야. 이번 암호 화폐 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 암호 화폐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기업 공개(Initial Public Offering, IPO)와 유사한 개념이다] 때 매수에 참여해야지.’

사카는 초창기 벤처 캐피털 펀드인 로어케이스 캐피털의 설립자이자 회장이다. 그는 팀 페리스(미국의 작가, 팟캐스트 진행자, 기업가, 스타트업 투자가)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첫 펀드가 “벤처 캐피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펀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6 투자 원금의 250배를 벌었으니 그의 초기 투자자는 금맥을 찾은 셈이다. 돈을 250배 불린다는 것은 놀라운 업적이다. 쉽게 비교해 사상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한 주식 가운데 하나인 애플에 투자해 250배 수익을 올리려면 무려 1998 2월에 그 주식을 샀어야 한다.

사카는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마흔 살도 되기 전에 억만장자가 되었다. 유니콘, 즉 10억 달러 가치로 성장할 비상장 기업을 찾는 데 능숙했기 때문이다.

사카가 친 홈런 가운데는 우버, 인스타그램, 킥스타터, 슬랙, 오토매틱(워드프레스의 모기업), 트와일로를 비롯해 유명한 트위터가 있다. 트위터의 기업 공개 당시 사카와 그의 펀드는 총 18% 지분을 보유했다. 평가액 500만 달러였던 최초 투자금은8 2017년 현재 150억 달러로 불어나 수익이 3,000배에 달한다. 그는 트위터 투자로 무려 50억 달러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9 그는 인스타그램 A주에 평가액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10 페이스북이 이 지분을 1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이번에는 ‘겨우’ 50배 수익에 머물렀다.

사카는 네 가지 투자 원칙을 팟캐스트 방송인 ‘팀 페리스 쇼’에서 공개했다.

1. 자신이 결과에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2. 자신이 관여하기 전에 이미 뛰어난 투자 대상이어야 한다. 좋은 것을 더 좋게 만들려 노력한다. 애초에 좋지 않은 것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3. 부자가 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다린다.

4. 자신이 스스로 뿌듯하게 여길 수 있는 거래를 선택하고 그 거래에 전념한다.11

고프로에 투자할 기회는 애초에 가지지 못했지만, 사카는 지난 10년간 특히 널리 알려졌으며 스토리도 풍부한 몇 개 사업에 대한 투자 역시 거절했다. “지나쳐버린 기회에 관한 악몽이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그는 드롭박스를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드롭박스가 아직 와이 콤비네이터(실리콘 밸리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의 초기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을 때였다. 사카는 드롭박스가 드라이브라는 자체 파일 공유 서비스를 개발 중인 구글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드롭박스가 다른 길을 걷도록 조언하기까지 했다. 드롭박스가 사카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행운이었다. 사카는 자신이 드롭박스에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해 치른 비용이 “수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13 시가총액이 약 90억 달러에 이르는 드롭박스는 그의 경력에 남은 초대형 실수 중 하나다.

사카는 놓쳐버린 또 다른 기회에 관해 빌 사이먼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로 스냅챗의 모회사인 스냅이었다. 당시 스냅챗은 직장에서 보기에 안전하지 않은 사진을 주고받는 데 이상적인 애플리케이션으로 여겨졌다. 스냅챗(스냅이라고도 부른다)에서 보낸 이미지는 확인하고 몇 초 뒤 자동으로 사라진다. 스냅은 계속해서 새로운 기능을 개발했고 지금은 사라지지 않는 일련의 사진을 모아 ‘스토리’를 생성할 수 있다. 사카는 스냅의 잠재력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이제 스냅챗은 온전한 소셜 미디어 혹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기능하며, 특히 Z세대 사이에서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을 보유한다. 스냅은 2017년 상장했는데,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이 기업의 시가총액은 가슴 아프게도 240억 달러에 달했다.

사이먼스가 물었다. “그것이 가장 크게 빗나간 판단이었나요?” 사카가 답했다. “저는 늘 빗나간 판단을 합니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안전하지 못한 일을 한다며 공유 주택에서 강간과 살인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현재 시가총액은 300억 달러가 넘는다.

커다란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했을 때, 나중에 후회하게 될 일을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부를 처분해두는 것이다. 정확한 금액은 없다. 예를 들어 20%를 매도하면 뒤이어 주가가 두 배로 올라도 아직 80%는 보유하고 있으니 괜찮다. 반대로 주가가 반 토막 나더라도 일부는 팔았으니 괜찮다. 투자자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절대적 사고는 후회로 끝날 것이 거의 분명하다. 후회를 최소화하면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투자자가 될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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