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서 잘하는 걸까,잘해서 즐거운 걸까
잘하면 저절로 재미있어진다
‘좋아하는 것이 먼저일까, 잘하는 것이 먼저일까?’
사실 이 질문은 어떻게 보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묻는 것과 같다.
다행히도 만점자들의 반전 있는 대답이 우리에게 한 가지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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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변유선 학생은 “공부하는 걸 진짜 싫어했어요.
만약 제가 성적이 잘 안 나왔으면 공부를 안 했을 거예요. 잘했기 때문에 계속한 거죠.”라고 답했다.
역사학자라는 꿈이 있었던 서울대 인문광역 윤도현 학생도 자신이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면 다른 꿈을 찾았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제 꿈은 역사학자이고, 저는 공부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하지만 성적이 안 좋았다면 제가 좋아할 만한 다른 걸 찾았을 거 같아요.”
성과가 나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 일을 계속 좋아할 수 있을까?
공부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공부한 양에 비해서 성적이 잘 안 나온다면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수능 만점자도 좋은 성적이란 성과가 없었다면 공부에 대한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잘함’이라는 에너지가 공부를 좋아하고 더 잘하고 싶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 셈이다.
머리가 좋든, 노력을 열심히 하든, 좋은 학원을 다니든 한번쯤은 자신이 공부를 잘한다고 자신할 만한 좋은 성적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그 성취감이 하면 할수록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어준다.
반대로 공부를 못하면 주눅이 들고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이 악순환을 하루라도 빨리 끊어내려면 어떤 과목에서든 작은 성취라도 이뤄보는 것이 좋다.
대학 입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시험은 점수가 나온다.
결과치가 있는 시험에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공부가 재미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인정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하려면 결국 잘해야 한다.
잘해야지 그것이 더 좋아진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서는 싫어하는 것도 잘해야 한다는 것을.
미리 SKY 대학 배지를 가슴에 달고 다닌 이유
그럼 어떻게 하면 재미없고, 어렵고, 하기 싫은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걸까?
일단 임계점을 넘겨야 한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처음 하는 순간은 힘들다.
하지만 임계점만 넘기면 재미까지는 아니더라도 고통스러움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그 상황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지금 하기 싫은 이 순간을 이겨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일단, 책상에 앉는 연습부터 하자. 임계점을 넘기는 것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만약 이승규 학생처럼 자기최면도 효과가 없다면,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동기부여를 받을 수도 있다.
서준호 학생이 이 방법으로 효과를 보았다. “전 사회를 바꾸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이 되려면 뭔가 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집단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어요.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제가 생각하기에 그 척도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이었고요.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기는 한데, 고등학생일 때 SKY 대학 배지를 사서 교복에 달았어요.
그리고 그 학교에 다니는 저를 계속 상상했죠.
공부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그런 상상이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어요. 기분도 좋아지고요.”
아무리 잘해도 해야 할 이유가 있어야 잘한다
성취감은 공부를 재미있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동력은 되지만, 사실 공부를 잘하려면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즉 자기만의 이유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공부를 해야만 하는 절실함, 그 필요성을 스스로 깨달았을 때 싫든 좋든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서울대 의예과 김동만 학생도 스스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걸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재미없고 싫어도 하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생각해보고 그걸 하려면 공부가 필요한지,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 스스로 공부를 하고 싶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만점자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크든 작든 자신만의 이유를 만들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이유는 무엇이든 좋다.
스스로 이해할 수만 있으면 된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게 이유가 될 수도 있고, 미래의 꿈을 위한 발판이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 서장원 학생은 말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년 동안 공부한 이유가 오로지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제 나름대로 삶에 대한 가치관이랑 태도를 만드는 과정이었고, 그 안에서 계속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 나갔던 거죠.
좋은 대학, 수능 만점이라는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많이 성장했어요.
특히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이게 제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어떤 분야의 공부든 두려움 없이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부가 성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어쩌면 공부를 한다는 것은 내 미래를 위해서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걸 참아야 하고, 내 목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기에 그 경험만으로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좋은 성적을 받아 자신감까지 덤으로 얻으면 좋지 않을까?
‘왜 공부해야 하는가?’
‘왜 공부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가장 좋은 답을 찾는다면 그것은 자신의 꿈일 것이다.
꿈은 순수해서 힘이 세다. 이루고 싶은 어떤 일이 생기면, 힘들어도 참게 되며 계속하려고 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이나 이루고 싶은 일이 공부의 이유가 되면 좋다.
꿈이 없으면 공부를 잘할 수 없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이렇게 꿈이 확고한 경우는 큰 행운이다. 하지만 꿈은 바뀔 수도 있고 당장 없을 수도 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창 시절에는 진로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확고한 꿈이 없을 가능성이 높고 있다고 해도 대학에 가고 사회에 나가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자신의 꿈이 있으면 좋겠지만 꿈이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명확한 목표 설정이다. 꿈과 목표는 다르다.
꿈은 실현하고 싶은 바람이나 이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당장은 막연할 수 있지만 목표는 눈에 보이는 도달 지점이다.
목표는 꿈을 이루기 위해 밟아나가는 계단이 되어주기도 하고, 공부를 계속하고 싶게끔 만드는 성과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공부를 시작하고 계속해서 잘하려면 꿈이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반드시 목표는 있어야 한다.
만점자들도 대학에서 진로를 찾고 있다.
그러니까 꿈이 없다는 이유로 너무 자신을 괴롭히지는 않았으면 한다.
진로에 대한 지나친 시간 낭비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놓치지 말자.
그러다가 진짜 내 미래의 꿈을 놓칠지도 모른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나는 친구 따라 공부한다
국내 양대 포털 사이트를 만든 네이버 이해진 대표와 다음 이재웅 대표는 유년 시절 같은 아파트에 살았고, 이해진 대표와 넥슨 김정주 대표는 카이스트 석사 시절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심지어 이해진 대표는 카카오톡 김범수 의장과 삼성SDS 입사 동기로 같은 곳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운명처럼 너무 절묘하지 않은가?
이처럼 주변 친구들은 내 진로뿐만 아니라, 나의 학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대 경영학과 이충영 학생은 친구들이 자신의 롤모델, 즉 닮고 싶은 대상이자 목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저 같은 경우 공부하는 데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공부 방법이나 태도를 많이 배웠죠.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방법을 이해시키려고 설명을 하지만, 친구들은 직접 몸으로 보여주니까요.
작게는 문제 풀이 방법을 알려주고, 크게는 공부 시간과 공부 습관을 보여주죠.
열심히 하는 친구의 성실한 태도나 효과적인 공부 방법을 배우고 싶다거나, 잘하는 친구처럼 되고 싶다는 목표가 공부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해요.”
이승규 학생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고등학교 때는 주위에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나 공부에 의지가 있는 애들이 많았어요.
그런 친구들이랑 놀다 보니까 공부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공부를 하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얻고 싶다면, 또 잘하고 싶다면 곁에 공부할 의지가 있는 친구를 두는 것도 방법이다.
어떤 친구와 어울릴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최소한 공부를 하고자 한다면 공부에 관심 있는 친구를 곁에 두어야 한다.
공부할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힘들 때 위로받을 수도 있고, 또 때로는 잘하는 친구에게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