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 왜 배당주인가?
배당주 투자의 귀재는 누가 뭐래도 지금의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다.
스티브 잡스가 1997년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이후 애플로부터 받은 월급은 연간 1달러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1,100원 정도다. 이 돈으로 밥은 먹고 다녔을까?
비밀은 배당에 있다. 스티브 잡스는 2006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팔면서 월트 디즈니 주식 약 1억 3,800만주를 받게 됐는데 디즈니가 매년(2006년~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2011년까지) 연평균 주당 0.40달러를 배당해 연간 배당소득만 5,520만달러에 달했다. 600억원이 넘는 액수다.
월급노예에서 벗어나 배당만으로 살아갔던 산증인이 있기 때문인지 유튜브 등에선 미국주식 중에서도 특히 배당주에 투자해 “은퇴하자, 경제적 자유를 찾자, 월세 벌자” 등을 외치는 콘텐츠들이 많다.
저금리 시대에 배당주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 배당주일까?
배당수익률은 분모에 해당하는 주가가 오르면 배당금이 그대로여도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배당수익률도 높아지므로 주의해서 해석해야 한다.
무조건 배당수익률이 높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주당배당금이 3달러이고 주가가 100달러인 회사의 배당수익률은 3%인데, 이 회사의 주가가 200달러가 됐다면 배당수익률은 1.5%로 떨어진다.
반대로 주가가 반 토막이 나서 50달러로 떨어지면 배당수익률은 6%가 된다.
미국의 경우 S&P500지수가 2019년 28.9%나 오르면서 배당수익률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배당수익률만 따져 투자한다면 그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주가가 기업의 이익, 미래가치 등을 반영한다고 볼 때 이익이 감소하고 주가가 하락한 영향에 배당수익률이 올라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주가흐름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배당수익률을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하락추세에 있다.
1960년대부터 1990년 대까지만 해도 연평균 배당수익률은 3%대에 달했다.
그러다 2000년대에는 1.8% 수준으로 뚝 떨어지더니 그나마 2010년대에는 2.0%로 소폭 올라섰다.
2020년 미국 연방기금금리가 제로(0~0.25%)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은행금리보다는 높다는 것이 위로라면 위로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배당수익률과 배당 성향이 가장 높지도 않고, 계속 증가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왜 미국 배당주를 최고로 칠까?
왜 미국 배당주인가?
배당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다.
이는 단순히 배당수익률, 배당 성향만으로는 판가름하기 어렵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자본주의, 특히 주주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다.
최대주주 등이 직접 경영하기보다 전문경영인을 선임해 이들이 열심히 돈을 벌어서 최대주주를 포함한 나머지 주주들에게 투자한 돈을 돌려주는, 주주환원 정책이 가장 활발하다.
미국 배당의 가장 첫 번째 특징은 장기간 꾸준히 배당을 줘왔다는 것이다.
배당을 얼마나 오랫동안 늘려왔느냐에 따라 기업에 일종의 계급을 부여하기도 한다.
50년 이상 매년 배당을 증액해서 지급해온 기업을 ‘배당왕 (Dividend king)’이라고 부른다.
2020년 기준 코카콜라(KO), 존슨앤존슨(JNJ), 3M(MMM), 시스코(SYY) 등 30개사가 있다.
시스코, 노스웨스트 내츄럴(NWN)의 배당 성향은 무려 80%가 넘는다.
배당금을 25년 이상 늘리며 지급해온 기업은 ‘배당귀족(Dividend Aristocrats)’으로 불리며 65개사가 있다.
통신업체 AT&T(T), 리츠 업체 리얼티 인컴(O), 펩시콜라(PEP), 월마트(WMT), 맥도널드(MCD) 등이 여기에 속한다.
10년 이상 배당금을 매년 증가시킨 기업은 ‘배당챔피언(Dividend Champions)’ 또는 ‘배당 성취자(Dividend Achievers)’로 불리고, 5년 이상은 ‘배당블루칩(Dividend Bluechips)’으로 불린다.
2008년부터 배당을 꾸준히 늘려온 비자(V)는 ‘배당챔피언’이고, 스티브 잡스 사망 후 2012년부터 배당을 늘려온 애플(AAPL)은 ‘배당블루칩’이라고 할 수 있다.
배당챔피언은 255개사, 배당블루칩은 262개사로 그 숫자는 별로 차이가 없다.
미국기업들이 오랜 기간 배당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20년 이상 배당금을 꾸준히 늘린 회사는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순조롭게 넘겼단 얘기다.
2020년은 또 다른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코로나19 위기가 터졌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들이 이번 장애물 또한 잘 이겨내고 이익을 내 배당금을 늘릴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미국 배당의 두 번째 특징은 배당을 자주 준다는 것이다. 같은 돈이라도 한꺼번에 늦게 주는 것보다 쪼개서 주더라도 일단 내 주머니 속으로 먼저 들어오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자금의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배당을 월급처럼 받자는 얘기도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 1회 배당을 주는 회사가 대부분이고, 분기 배당도 드물다.
그러나 미국은 분기 배당이 대부분이고, 매월 배당을 주는 곳도 57곳에 달한다.
내 배당금이 언제 들어오는지 어떻게 확인하나?
마지막으로 내가 투자한 종목이 언제 배당금을 지급하는지 확인해보자.
배당투자의 경우엔 배당을 받을 수 없는 ‘배당락일(Exdividend date)’을 피해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당락일은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사라진 날을 말한다.
결제일 기준으로 배당락일에 주주가 됐다면 이 주주에겐 배당금을 주지 않는다.
최소한 배당락일 전일까지는 주주가 돼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투자자는 매매 후 결제일까지 3거래일이 걸리는 만큼 배당락일이 29일이라면 28일까지는 최소한 주주가 돼 있어야 하고, 이는 25일까지(거래일 기준)는 주식을 사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은 분기 배당이 많기 때문에 배당락일이 1년에 네 번이나 된다.
월 배당은 배당락일이 1년에 열두 번이다.
애플은 배당금을 2월, 5월, 8월, 11월에 지급한다. 코카콜라는 4월, 7월, 10월, 12월에, 맥도널드는 3월, 6월, 9월, 12월에 준다. 투자종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매달 배당이 들어오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